유럽과 미국을 지나 중국의 재생에너지 현황과 정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니다.
사막을 에너지 허브로 – 중국의 초대형 태양광·풍력 단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분야에서 그 영향력은 압도적입니다. 서부 지역의 넓은 사막과 황무지를 활용하여 초대형 태양광·풍력 단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서부 대개발 에너지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인구가 밀집된 동부 지역의 전력 수요를 서부에서 생산한 청정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고비사막의 태양광·풍력 단지를 들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수백 기의 풍력 터빈과 수천만 장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단일 프로젝트로도 수십 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1GW는 원자력발전소 한 기와 맞먹는 규모인데, 중국은 이미 이러한 초대형 단지를 수십 개 이상 운영하거나 건설 중입니다.
중국의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는 단순히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경제 규모의 이점을 극대화하여 발전 단가를 낮춥니다. 세계 태양광 패널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 배경에는 중국의 대규모 생산과 설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둘째, 국내 에너지 안보 강화입니다. 중국은 여전히 석탄 의존도가 높지만,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림으로써 대기오염을 줄이고 국제사회에서 기후 리더십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셋째,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주도입니다. 국제사회가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중국은 ‘재생에너지 대국’이라는 타이틀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의 초대형 재생에너지 단지는 단순히 발전소 몇 개를 세우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 전략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 –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시장의 주도권
중국이 재생에너지 리더십을 확보한 또 하나의 이유는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간헐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전력망 안정성을 위해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이 필요합니다. 또한 전기차(EV) 보급 확대에도 고성능 배터리는 필수입니다.
현재 중국은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습니다.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Limited)과 BYD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도 글로벌 경쟁자이지만, 생산량 규모에서는 여전히 중국 기업이 앞서 있습니다.
중국의 배터리 산업 강점은 단순한 생산량에 그치지 않습니다. 첫째, 원자재 공급망 장악입니다. 중국은 리튬, 니켈, 코발트 같은 핵심 광물의 글로벌 정제·가공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는 배터리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둘째, 기술 혁신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상용화하여, 가격은 낮추면서 안정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최근에는 전고체 배터리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터리 산업의 리더십은 중국의 재생에너지 전략과도 긴밀히 연결됩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 수요에 맞게 공급하거나, 전기차·스마트시티 인프라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배터리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교통·산업 전환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면서,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동시에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산업 경쟁력 차원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전환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정책적 지원과 글로벌 리더십 – 중국식 에너지 전환 모델
중국의 재생에너지 리더십은 단순히 기업 경쟁력이나 자원 우위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고, 보조금, 세제 혜택, 전력망 연계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했습니다.
특히 13차, 14차 5개년 계획에서 재생에너지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되었고, 막대한 투자와 금융 지원이 뒤따랐습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제조업체는 정부 보조금 덕분에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출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방정부 역시 대규모 프로젝트를 적극 유치하며 지역 경제 성장과 연계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내수 기반 확대: 자국 내에서 대규모 설치 프로젝트를 추진해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
수출 주도 전략: 값싼 가격과 대량 생산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
기술 혁신 지원: 연구개발 투자,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차세대 기술 경쟁력 확보.
이러한 정책적 뒷받침 덕분에 중국은 태양광·풍력 설비, 배터리 제조, 전기차 보급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물론 지나친 보조금 정책으로 인한 공급 과잉, 국제 무역 갈등(특히 미국과 EU의 견제) 같은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중국의 재생에너지 전략은 국가 차원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산업 육성 모델이 결합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서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있으며, ‘2030년 탄소피크,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워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으로서 책임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와 경제적 패권 경쟁의 도구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요약
중국의 재생에너지 전략은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됩니다. 초대형 프로젝트, 배터리 산업 지배력, 그리고 강력한 정책적 지원입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십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전환 경쟁에서 중요한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석탄 의존도가 높고, 국제 무역 갈등이라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의 재생에너지 리더십은 앞으로 글로벌 시장과 국제 기후 거버넌스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입니다.